금정산의 자연경관
금정산은 부산광역시 북구, 금정구, 동래구, 해운대구에 걸쳐 있는 해발 801.5m의 산입니다. 부산을 대표하는 진산(鎭山)이자 영남권의 대표적인 산악 명소입니다. 단순히 풍경이 아름다운 산을 넘어서 수천 년의 세월을 간직한 문화유산과 수려한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으로서 큰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부산광역시의 북쪽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대표적인 산으로 경상남도 양산시와도 일부 맞닿아 있고 산 전체가 금정산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되어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등산지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금정산이라는 이름은 산 중턱에 위치한 금샘(金井)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하늘에서 금빛 고기가 내려와 이 샘에서 놀았다는 이야기에서 그 이름이 붙여져 있습니다. 이 금샘은 지금도 금정산의 대표적인 명소 중 하나로 많은 이들이 찾고 있습니다. 부산의 진산으로 여겨지는 금정산은 지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태백산맥의 남단에 해당하고 낙동강과 동해가 바라보이는 위치에 있어 전략적으로도 요충지로 여겨집니다. 고대부터 군사적·종교적 중심지로 발전해 왔고 지금도 다양한 유적과 사찰, 성곽들이 남아 있고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도 뛰어납니다. 도심 속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풍부하고 다양한 자연경관을 자랑합니다. 해발 800m급의 산이지만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누구나 편하게 오를 수 있어서 정상에서는 낙동강과 부산 시내, 멀리 대한해협까지 조망할 수 있어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합니다. 봄에는 진달래, 철쭉이 산자락을 물들고 여름에는 짙은 숲과 계곡이 등산객에게 시원함을 선사합니다. 금정계곡과 구서계곡은 여름철 시민들의 대표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단풍이 울긋불긋 산을 물들여 사진가들과 등산객들의 발길을 끌고 겨울에는 가벼운 눈꽃 산행도 가능하여 사계절 모두 색다른 매력을 제공합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식물은 물론, 다양한 야생화, 조류, 곤충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도시 속 생태학습의 현장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금정산 일대는 도시자연공원으로 보호되며 인위적인 개발이 제한됩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이외 금정산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바위 지형과 암릉 구간은 중급 이상의 산행자들에게 도전욕을 자극하고 초원과 숲길이 교차하는 트레일은 산책 수준의 코스로도 인기입니다.
금정산의 역사와 문화
금정산은 자연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산입니다. 그 중심에는 무엇보다도 금정산성(金井山城)이 있습니다. 금정산성은 조선 숙종 때(1703년) 축성된 석축 산성으로 총둘레가 약 17.3km에 이르고 현존 한국 최대 규모의 산성입니다.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군사적 목적 외에 지역 백성들의 피난처로도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금정산의 지리적 요충성 덕분에 그 중요성이 더욱 컸습니다. 지금도 동문, 서문, 남문, 북문 등 4개의 문루가 복원되어 있습니다. 성곽을 따라 걷는 ‘성곽 트레킹’은 금정산을 찾는 등산객들의 인기 코스 중 하나입니다. 범어사(梵魚寺)는 금정산이 단순한 자연 명소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표적 불교문화유산입니다. 범어사는 신라 문무왕 18년(678년)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로, 지금까지도 조계종 제14교구 본사로서의 위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범어사에는 보물 제250호인 대웅전과 팔상전, 그리고 수많은 석탑과 불상이 남아 있고 역사적·건축적 가치가 큽니다. 이외 금정산에는 수많은 전설이 얽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금샘 전설 외에 하늘에서 용이 내려와 노닐었다는 용지못이야기, 지명과 관련된 민담 등 다양한 설화가 구전되어 오며 지역민들의 정체성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일제강점기 6.25 전쟁 등 격변의 시기에도 금정산은 피난처이자 방어선으로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곳곳에서 당시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런 역사적 상황을 보면 금정산은 단순히 걷는 산을 넘어 부산의 역사와 정체성을 품은 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등산코스와 먹거리
금정산은 코스가 다양해 초보자부터 상급자까지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산행지입니다. 도시 접근성이 뛰어나 부산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통해 쉽게 등산로 입구에 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많이 이용되는 코스는 범어사~북문~금정산 정상(고당봉) 코스입니다. 범어사 입구에서 시작해 북문을 지나 고당봉에 도달하는 곳으로 왕복 약 3시간 소요되며 풍경과 문화유산을 동시에 즐길 수 있고 초보자에게 적합합니다. 정상 고당봉에서는 탁 트인 조망이 펼쳐지고 해돋이를 보기 위해 새벽 산행을 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중급 이상의 산행자에게는 성곽 일주 종주 코스가 추천됩니다. 동문~남문~서문~북문~고당봉~범어사를 잇는 코스는 총 6~7시간이 걸리고 성곽을 따라 걷는 길에서 역사와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부산대학교 방면이나 구서동 입구와 온천천 방향에서도 다양한 등산로가 마련되어 있고 지역 주민들의 일상 산책 코스로도 활발히 이용됩니다. 산행 후에는 범어사 인근의 전통 한식당이나 국수, 두부요리 전문점 등에서 지역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온천장역 근처에는 부산의 온천문화도 함께 체험할 수 있습니다. 겨울철에는 기온이 낮지만 눈이 적게 오므로 가벼운 방한 장비만 있으면 충분히 산행이 가능합니다. 여름에는 일부 구간이 직사광선에 노출되어 있으니 모자, 물, 자외선 차단제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산의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간, 역사와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공간입니다. 범어사의 종소리와 함께 걷는 숲길, 성곽 위를 따라 흐르는 바람, 도시를 내려다보는 정상이 주는 감동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부산에 온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산입니다. 부산 시민에게는 삶 속의 쉼표가 되어주는 산이자 산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부산의 소울푸드인 밀면은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육수,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땀을 흘린 뒤 즐기기에 너무 좋습니다. 범어사 입구 근처에는 30년 넘게 운영해 온 밀면 전문점이 있어 평일에도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여름철이면 지역 주민들과 등산객들로 북적이며, 물밀면뿐 아니라 비빔밀면도 별미입니다. 돼지국밥은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로 금정구 일대에는 뽀얀 육수와 수육이 어우러진 국밥집들이 많습니다. 부산대 후문 근처에는 대학생들과 등산객 모두가 자주 찾는 합리적인 가격의 국밥집이 많아 등산 후 허기를 달래기에 제격입니다. 부추, 새우젓, 다진 양념 양념을 곁들여 입맛대로 즐기는 국밥 한 그릇은 몸을 따뜻하게 데워줍니다. 건강한 한 끼를 원한다면 산채비빔밥이나 버섯전골도 훌륭한 선택입니다. 범어사 인근 전통 한식당에서는 나물 위주로 구성된 비빔밥과 정갈한 반찬을 제공하면서 세트 메뉴도 인기입니다. 두부정식이나 청국장 등도 자연식으로 구성되어 연령대 높은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간단한 간식이나 디저트를 원한다면 찐빵, 호떡, 떡볶이 같은 전통 간식도 빠질 수 없습니다. 범어사 입구 포장마차 거리에서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찐빵집이 있고 따끈한 찐빵과 수정과 한 잔으로 피로를 풀 수 있습니다. 금정산 주변은 단순한 산행 코스 이상으로 부산 특유의 깊고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숨겨진 맛의 명소라 할 수 있습니다. 산과 맛이 어우러진 하루가 완성되는 아름다운 곳입니다.